외국인 관광객 “한국 전통문화 정말 최고예요!”

산사에서 하룻밤·태권도 심신 수련 등 한국적인 것일수록 인기

기름떡볶이와 마약김밥으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 매일 오전 11시면 통인시장의 명물 ‘엽전도시락’을 먹으러 찾아오는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엽전으로 반찬을 구매한다는 발상이 재미있어요.”

“패션 1번지 명동과 달리 서민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서 좋네요.”

올해로 열 번째 한국을 방문한다는 일본인 아사코 씨는 이번 통인시장 방문이 사뭇 새롭다. 명동이나 동대문시장이 아닌 이런 서민적인 시장 방문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반찬을 보는 재미가 있어요. 한국 사람들의 평범한 삶도 들여다볼 수 있고요.”

한국 고유의 문화를 가까이서 엿볼 수 있는 체험이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기다. 통인시장의 엽전도시락도 그중 하나. 매스컴에도 수차례 소개된 이곳은 주말이면 한국인들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로도 문전성시를 이룬다. 기자가 방문한 이날 역시 점심시간이 가까워오자 근처 직장인, 동네 주민, 데이트하는 연인들은 물론 삼삼오오 짝을 이룬 외국 관광객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엽전도시락 명성 통인시장
외국인 관광객 발길 북적

통인시장에서만 볼 수 있는 엽전도시락은 말 그대로 엽전으로 반찬을 구매해 나만의 도시락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통인시장 중간쯤에 위치한 ‘도시락카페(고객만족센터 2층)’에서 500원 단위 엽전을 구입한 뒤 직접 시장 내 먹거리 점포를 돌며 먹고 싶은 음식을 골라 담는다. 1인당 엽전 10개(5000원)만 있으면 한 끼 식사를 충분히 할 수 있다. 반찬을 다 담은 뒤엔 도시락카페로 돌아와 각각 1000원에 판매하는 밥과 국을 구매해 식사하는 방식이다. 엽전도시락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단, 엽전 판매는 오후 4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무다.

외국인들의 발길이 잦아지면서 상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통인시장 내 도시락카페에 근무하는 이모 씨는 “몇 년 전 옥인아파트가 사라지면서 이 일대가 썰렁했는데, 통인시장의 인기 덕분에 상권이 살아났다”며 미소 지었다.

템플스테이 역시 외국인들이 꾸준히 찾는 한국 대표 문화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외국인에게 가장 한국적인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시작된 템플스테이는 북적거리는 도심을 떠나 산사에 머물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는 취지의 전통문화 체험 프로그램이다. 참선, 스님과의 차담, 발우공양, 울력(청소), 예불, 108배, 연꽃 만들기 등을 통해 불교문화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의 홍민지 주임은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참가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사찰을 방문한 외국인의 수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템플스테이를 경험한 외국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긍정적이다. 홍 주임은 “재방문율이 높다”며 “불국사 같은 대표적인 사찰 외에도 해남 미황사나 서울 화계사 등 다른 사찰을 지정해 다시 찾아오는 분들이 많다”고 전했다. 발우공양이나 108배 등은 서양인에게는 다소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는 체험이지만, 실제 반응은 기대 이상이라고.

“발우공양을 할 때 딱딱한 방바닥에 좌식으로 앉아 밥을 먹어요. 어려운 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연의 음식(채식)을 먹는다는 것 자체가 정말 좋다고 평가해요. 아침, 저녁으로 반야심경을 외우고 절하는 예불 역시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죠. 서양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문화여서 더 흥미롭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단순히 불교 사원을 방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살아 숨 쉬는 불교의 전통과 문화를 느끼고 체득한다는 점에서 템플스테이는 양질의 전통문화 체험으로 사랑받고 있다. 템플스테이 공식 누리집(www.templestay.com)에서 원하는 사찰과 프로그램을 선택해 템플스테이 체험을 예약할 수 있다. 현재 운영되는 사찰은 전국 총 117곳, 이 중 외국어 템플스테이 전문 사찰은 24곳이다.

전통공예  ·  태권도 체험
가장 한국적인 것일수록 인기

10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종이, 한지 체험도 외국인들에게 인기다. 한때 한지 생산지로 명성이 높았던 전북 완주군 대승한지마을은 한지 체험을 위해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한지공장 유적이 9곳 있고, 장인 수준의 한지 생산기술 보유자(전문 초지공) 10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대승한지마을의 한지 체험장은 전통 한지 뜨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말린 한지를 도침(다듬이질)할 수 있는 도침기를 볼 수 있고, 닥나무가 한지가 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볼 수 있는 한지 제조장은 물론 닥가마 건조장도 마련돼 있다. 닥가마 작업장에서는 닥나무 거두기, 피닥 만들기, 닥 삶기 등의 작업이 진행되고, 건조장에서는 전통 방법으로 뜬 한지를 여러 겹 쌓아놓고 무거운 것으로 눌러 물을 뺀 뒤 한지를 건조한다.

전북 무주에 위치한 국립태권도원에서는 태권도 교육과 수련, 체험과 문화 교류를 테마로 45가지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국내외 태권도인은 물론 기업, 학생, 일반인 등 태권도를 통한 심신수련을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태권도 시범단의 공연이 하루 2회 열리며, 태권도 호신술과 태권체조로 이뤄진 태권도 수련 체험도 마련된다. 외국인 관광객은 태권도 기본자세, 태권 힐링테라피, 문화 체험 프로그램, 태권도원 투어 등으로 이뤄진 태권도 문화체험 연수를 체험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북촌 역시 외국인이 빼놓지 않고 들르는 코스다. 이곳에 위치한 북촌 전통공예 체험관에는 한국 전통공예 체험장, 전시장, 교육장이 마련돼 있다. 체험장에서는 공예 장인들의 지도 아래 요일별로 마련된 프로그램(단청 액세서리 만들기, 닥종이 인형 만들기, 전통 탈 만들기 등)을 선택해 체험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전통공예 작품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오랫동안 외국인 관광객들을 가이드해온 한그루여행사 최란 씨는 “자국에서 접할 수 없는 문화 체험일수록 반응이 좋다”며 “점점 쇼핑 위주의 관광보다는 한국 고유의 문화를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이 많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